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QR코드를 스캔했다. 월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으로 연동되더니 곧바로 인증이 완료됐다. 월드ID로 ‘사람’이라는 점을 인증하자 다양한 음료와 핑거푸드를 제공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월드코리아 프리 플래그십’ 이벤트에서는 월드ID를 직접 발급하고 사용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익선동 골목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은빛 구체 ‘오브(Orb)’는 사람의 홍채를 인식해 디지털 신원 월드ID를 생성하는 기기다. 홍채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개인 식별 정보다. 사람을 구분하기에 적합한 데이터로 평가받는다.
이번 행사는 ‘월드’의 국내 활동 재개를 알리는 공식 자리다. 월드는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공동 창립한 프로젝트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을 구분할 수 있는 디지털 신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월드코인 재단과 개발사 툴스포휴머니티(TFH, Tools For Humanity)는 지난해 9월 개인정보 보호 법규 위반으로 총 11억 400만 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 및 개선 권고를 받았다. 합법적 근거 없이 국내 홍채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해외로 이전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TFH는 한국 지사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권고사항을 반영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현장에는 조심스레 관심을 보이는 방문객들이 오갔다. 그러나 약 30분간 진행된 관찰 동안 오브 인증을 시도한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한국인 참여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TFH 관계자는 “오늘보다는 15일과 16일에 예약자가 더 많은 편”이라면서 “전체 예약자는 약 500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행사 장소가 익선동 한복판이라는 점도 외신들의 취재 열기를 자극했다. 영국 등 글로벌 미디어 관계자들이 몰렸다.
현장에 설치된 오브 기기는 현재도 지속적인 기술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TFH 관계자는 “센서 정밀도와 사용자 응답 속도, 인증 정확도 등에서 지속적으로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월드 측은 홍채 데이터를 통해 ‘사람’이라는 점만을 증명할 뿐 해당 사용자의 구체적인 신원은 저장하거나 식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보를 나눠 보관하는 방식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다.
이렇게 발급된 월드ID는 온·오프라인에서 인증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인공지능(AI) 챗봇이나 봇 계정과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오프라인에서는 제휴처에서 할인이나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TFH 한국지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협업 관계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플래그십 행사를 시작으로 TFH 한국지사는 디지털 신원 기술의 실사용 가능성을 점검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오브 기기는 서울, 인천, 대전, 전주, 대구, 광주, 부산, 울산 등 약 35개 장소에 설치돼 있다. 오퍼레이터(운영자)는 사전 신청을 받고, 가상자산 등에 대한 이해도를 기준으로 자체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욱 TFH 한국지사장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도록 올해 마케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월드 앱 기준 전 세계에서 월드ID를 발급받은 사람 수는 2548만 1932명에 이른다. 이날 오후 4시 7분 빗썸 기준 월드코인(WLD)은 전일 대비 1.98% 하락한 1089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빗썸 상장 직후 기록한 최고가(5900원) 대비 약 81.5% 떨어진 수치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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