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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바꾸려는 자, 버티는 자, 그리고 지르는 자


사람에게 호흡이 있듯, 기업에게도 호흡은 있다. 10년을 보고 내공을 쌓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늘만 사는 곳도 있다. 당연히 이들의 취하는 사업 태도와 방식은 다르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땐 누가 얼마나 앞을 내다보고 일을 하는지 구분하기 모호하다. 하지만 산업 내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먹고 살기 빠듯해지면 비로소 실체는 윤곽을 드러낸다.

2017년 말과 2018년 초, 몇몇 암호화폐 거래소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 은행처럼 규제를 받지도, 통신사처럼 자본을 투하하지 않아도 됐다. 선점 효과를 누리는 곳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쏟아 부은 곳은 수 백 억 원을 벌었다. 1년 동안 1,000억 원을 넘게 번 곳도 있다. 달콤한 꿀을 쫓아 더 많은 벌이 날아들었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은 전례 없는 변화를 겪었다. 토큰의 가격과 거래량 모두 바닥을 잊은 채 떨어졌다. 꿀을 찾아 온 벌은 불꽃에 뛰어든 나방 꼴이 됐다. 돈을 쟁여놓은 곳도, 새롭게 거래소를 연 곳도 더 이상 이 시장이 녹록하지 않음을 인지했다.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던 암호화폐 거래소는 너무도 빨리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



거래소 토큰을 비현실적인 수익을 거론하면서 팔거나 토큰을 ‘가두리’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을 마치 하나의 전략처럼 이야기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토큰 가치 투자는 헛소리고, 일확천금 도박판이 암호화폐 시장의 생리이다. 불행히도 이런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과거 암호화폐 ‘잭팟’을 쫓던 사람들과 세력들이 붙는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결과로써 정당성을 부여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들은 10년 뒤를 보지 않는다. 아니, 1년 뒤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바짝 당겨야 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버티는 곳도 있다. 임직원 규모와 지출을 줄여 동면에 들어간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는 기나긴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 지나갈 때까지 웅크리고 있을 심산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미래를 개척하려는 소수의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있다. 이들은 고객의 투기를 유도하기보다 건전한 시장 조성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상장 토큰의 수보단 질에 집중한다. 고객의 사용자 경험(UX)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보안에 더 신경을 쓴다. 마케팅에 돈을 쏟기보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아쉬운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열 가지의 선의의 노력은 하나의 악행에 묻힌다. 건전한 시장을 도모하고 장기적인 생존을 모색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살아남도록 하고, 분탕질하는 거래소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은 규제 당국의 몫이다. 방임하다 꼬투리 잡아 암호화폐 거래소를 일망타진하려 한다는 일각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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