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일명 ‘가상자산 3대 법안’ 심의에 나섰지만 본안 심사에 이르기도 전에 내부 반대에 부딪혔다. 심의 단계에 이르기전 절차에 대한 표결이 부결되면서다. 절차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표결 논의는 멈춰서게 된다.
15일(현지 시간) 폴리티코와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이 이날 가상자산 법안을 심사를 위한 절차 표결(procedural floor vote)에서 196대 223으로 부결됐다. 절차 표결은 법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한 규칙을 만들기 위한 사전 단계 성격의 표결로 이 단계가 통과돼야 법안의 심의와 표결이 가능하다.
미국 하원은 14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정하고 △클래리티 법안(가상자산 명확화 법안) △반(反)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감시국가법 △지니어스 법안(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심의하고자 했다. 세 법안은 CBDC의 발행과 활용을 제한하는 대신 민간 영역의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친화적 제도를 마련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에 발맞춰 해당 법안을 처리하고자 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총 13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이들은 하원의 강경파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이다. 이들은 주요 법안을 별도로 논의 하는 대신 클래리터법와 반CBDC법, 스테이블코인법은 모두 하나로 묶어 다룰 것을 주장했다. 메릴랜드주 공화당 소속이자 하원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해리스 의원은 “하원 프리덤 코커스를 포함해 사람들은 CBDC는 반드시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규칙 아래에서는 그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지도부는 늦게라도 다시 표결을 열어 법안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재표결이 동일한 규칙과 법안을 대상으로 할 지, 아니면 공화당 반대파의 의견을 반영해 규칙 수정이 이뤄질지는 불명확하다고 CNBC는 전했다.
가상자산 법안들이 본격적인 심의에 앞서 발이 묶이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 하락한 11만7450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관련 기업의 주가도 하락했다. 서클의 주가는 4.57% 급락했으며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1.52% 떨어졌다.
- 뉴욕=김흥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