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다시 한번 ‘디지털 금’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공격과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뉴욕 증시가 급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BTC는 8만 8000달러를 돌파하며 이번 달 최고치를 기록햇다.
22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BTC는 전일 대비 2.71% 오른 8만 7137.66달러다. 전날 밤 11시께 8만 8404.57달러까지 치솟으며 이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ETH)은 0.16% 하락한 1577.24달러, 엑스알피(XRP)는 0.31% 오른 2.07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BTC는 강세를 이어갔다. 빗썸 기준 BTC는 전일 대비 0.71% 하락한 1억 2543만 8000원이다. ETH는 2.86% 떨어진 272만 2000원, XRP는 1.90% 내린 2990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강세는 미 증시 급락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맞물린 결과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2.48%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2.36%, 2.55% 내렸다.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4.5%, 테슬라는 실적 발표 하루 전 5.8% 급락했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이러한 위험 회피 장세와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 전 미국 거시전략책임자 로렌스 맥도날드는 “BTC가 변동성지수(VIX)가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잘 버텨낸 적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흐름을 BTC 시장의 성숙 신호로 해석하면서 미국 달러를 비롯한 기존 법정화폐 체제에 구조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 자산인 주식과 달러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BTC와 금이 나란히 상승하는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과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중대한 실패자(a major loser)이자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라고 비난하며 “금리를 지금 당장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여기에 미·중 간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점까지 겹치며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가상자산데이터업체 알터너티브닷미에 따르면 크립토공포탐욕지수는 전일 대비 2포인트 오른 39포인트로, ‘공포’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룩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 과열을 나타낸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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