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블록체인 게임 개발 자회사 메타보라가 게임 경량화 전략으로 재도전에 나선다. 카카오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웹3 게임 시장에 진출한 지 4년째지만 시장 침체로 부진이 이어지자 조직 통합과 경량화 전략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임영준 메타보라 공동대표는 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게임즈 본사에서 본지와 만나 “취임 후 4개월간 전략을 재정비하며 조직을 일원화했다”면서 "카카오게임즈 관여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퍼블리셔로서 네트워크·기술 역량을 레버리지하기 좋은 구조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카카오게임즈 미드코어·웹3 사업본부장을 지내며 전사 웹3 사업을 총괄했다. 올해 3월 메타보라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게임즈와 메타보라로 나뉘어 있던 웹3 관련 조직이 메타보라 중심으로 통합됐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가상자산 보라(BORA) 발행사 웨이투빗을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와 합병하며 웹3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사명을 메타보라로 바꾸고 보라 플랫폼을 운영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재 메타보라 국내 법인과 아랍에미리트 법인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BORA 가격은 2021년 최고가 대비 94% 하락했다.
메타보라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사업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최근 라인 넥스트와 손잡고 라인 메신저 내 미니 디앱 서비스에 게임을 공급하기로 했다. 개발이 비교적 쉬운 HTML5(H5) 기반 미니 게임을 단기 주기로 출시해 사용자 반응을 검증하고 전략을 반복 수정하는 방식이다.
그는 “아키월드와 같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는 유지할 예정이지만 처음에 갖고 있던 원대한 목표만큼 시장에서 성과를 이뤘냐 하면 솔직히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며 “H5 게임을 공급하면서 기존 게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보라 프로덕트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미니 디앱이 카이아 기반으로 구동되는 점도 주목된다. 카이아와 보라는 모두 카카오 계열 블록체인으로 분류된다. 임 공동대표도 카이아 전신인 클레이튼 개발사 그라운드엑스 출신이다. 두 체인 간 경계가 모호해지며 보라 체인의 역할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보라는 게임에 특화된 카이아 사이드 체인"이라면서 "카이아 체인과 사이드 체인 간 간격을 좁혀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보라는 미니 디앱 내 게임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BORA를 비롯한 게임 토큰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와 가격 안정성을, BORA는 스테이킹·재투자·보상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그는 답했다.
국내에서는 웹3 게임 출시가 금지돼 있어 글로벌 시장을 우선 공략할 예정이다. 그는 “라인이 주로 쓰이는 동남아·일본은 가상자산 지갑 중심 사용자경험(UX)이 이미 자리 잡아 웹3 게임 샌드박스에 최적"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게임 산업의 핵심은 결국 재미와 지속성”이라며 “캐주얼부터 하드코어 장르까지 다양한 웹3 게임 원형을 확보하고 글로벌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놀이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하겠다”고 밝혔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