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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만들자는 '이 코인' 규제 피해 이미 억대 유통 [S머니-플러스]

우회발행한 원화코인 3.5억 달해

규제공백 속 악용에도 속수무책

달러코인 5개월간 46조 해외로

일부 도박·탈세목적 거래 가능성

용처 모니터링 체계 등 대책 시급

익명의 국내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김스왑’ 홈페이지에 표시된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O’의 총발행량.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 늦어지면서 상품권을 매개로 원화에 연동된 사실상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수억 원 규모로 발행·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도 공백의 부작용인데 시장에서는 해당 코인이 자금세탁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코인 발행 플랫폼 김스왑이 발행한 ‘KRWO’ 약 3억 4854만 원어치가 현재 유통되고 있다. 이 중 3억 원 상당이 카카오와 네이버 라인의 합작 블록체인 플랫폼인 카이아에서 거래되고 있다.



KRWO는 상품권인 오픈바우처를 가운데 끼워넣어 원화 가치에 연동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김스왑 이용자가 1만 원 상당의 오픈바우처 1장을 원화로 구매해 KRWO로 교환을 신청하면 1만 개의 KRWO가 이용자의 지갑으로 나간다. ‘1KRWO=1원’인 셈이다. 거꾸로 KRWO도 김스왑에서 원화로 바꿀 수 있다. 원화를 직접 담보로 하지 않지만 중간에 상품권을 넣는 2단계 구조를 통해 원화 연동 효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업체도 한동안 KRWO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고 홍보해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되레 불법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 교수는 “규제 밖에서 운영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블랙리스트 등록이나 자금 동결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아 불법 자금 유통 차단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김스왑은 보완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스왑 측은 “탈중앙화 서비스 특성상 블랙리스트나 동결 기능을 갖추지 못했지만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공백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우회 발행되고 달러 코인이 실물경제에 침투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사실상 아노미(anomie·무규범) 상태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제나 무역 등 실생활까지 침투하고 있음에도 정부 감시를 벗어난 ‘그림자 거래’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까닭에 자금세탁과 범죄 자금 등으로 악용돼도 당국이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스왑의 KRWO는 이 같은 규제 공백을 틈타 발행된 사실상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상품권인 오픈바우처를 담보로 발행돼 이날 기준 3억 4854만 개(3억 4854만 원 상당)가 시장에 풀려 있다. 업비트와 빗썸과 같은 중앙화거래소(CEX)가 아닌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거래가 가능하며 카이아 체인에서 3억 1224만 개, 바이낸스 체인에서 3630만 개가 유통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최근에야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임에도 이미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규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무방비로 발행·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디지털 현금과 같아 자금세탁에 취약하다. KRWO를 발행하는 김스왑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곧바로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보낼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국내 이용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USDT를 거래하려면 먼저 국내 거래소에서 USDT를 매수한 뒤 트래블 룰(자금 이동 규칙)에 따라 해외 거래소로 전송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국내 거래소도 필요 없이 이용자가 계좌 이체를 통해 상품권만 구매하면 해당 금액만큼의 USDT를 곧바로 바이낸스 지갑으로 입금해준다. 자금 추적이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자금세탁, 범죄 자금 악용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KRWO 역시 계좌 동결 기능 등을 추가하는 등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실물경제에 침투하고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 통제 밖에 있어 규모조차 파악이 힘든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이 국경을 오가고 심지어는 결제·송금 등 실생활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업비트와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에서 받은 ‘스테이블코인 유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유출된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USDC)은 누적 기준 46조 4594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유입 규모는 46조 6928억 원이다.

업계는 상당 부분이 해외 거래소 투자에 따른 유출입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무역 거래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유엔은 지난해 1월 USDT가 불법 도박이나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에서도 국내 무역 거래의 약 1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의류 도매시장이나 소규모 기업체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탈세나 밀수입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이나 불법 도박 등에 활용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도 지난해 10월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관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개념을 명시해 국내 거래소를 통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골자로, 지난해 12월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상임위원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다양한 외화 반출과 투자가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분에 대해 가장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등 정부인데 용처별 거래량 등 관련 데이터에 대한 조사부터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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